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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대중문화

SanE(산이) - 나쁜X(Bad Year)와 대중의 마음

San E가 어제 자정에 발표한 나쁜X라는 곡이 오늘 하루 종일 이슈가 되었다. 

궁금해서 노래도 들어보고, 가사도 살펴보니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현실을 절묘하게 빚댄 의미심장한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였다. 


내가 매니악하게 음악을 좋아하는건 아니라서 노래에 대한 평가를 할 깜냥은 못되지만, 확실한 것은 이 노래가 엄청나게 좋다거나 혹은 나름의 음악적 매력이 빛나기 때문에 각종 음악사이트의 순위 차트를 거의 올킬 한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단,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한번 곱씹어 보자. 


높은 표현들과 직설적인 노랫말이 여러모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국민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쁜X (Bad Year) 가사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기전에 미리 밝히자면 난 개인적으로 San E 라는 가수를 좋아한다. 


<아는 사람 얘기>를 발표할 때 처음 알게되면서 팬이 되었고, 그 이후에도 <한여름밤의 꿀>, <못먹는 감>, <달고나> 등 전형적인 힙합 스타일의 노래보다는 다른 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 노래들을 더 좋아하긴 했지만 그의 랩 스타일과 멜로디 전개 등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아, 그렇다고 이 노래를 디스하려고 위의 얘기를 꺼낸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 San E의 나쁜X 노래 발표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 이유는 아래서 밝히기로 하고, 먼저 이 노래가 인기를 얻은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지만, 이 노래가 인기를 얻고있는 이유는 겉으로만 보면 세태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가사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믿을만한 손석희의 JTBC 뉴스룸을 본다고 하더라도, 속으로 열불이 나고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욕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 속에서 사이다 처럼 속을 뚫어주는 시원함, 통쾌함을 안겨주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 특히 20~30대 층의 젊은 세대들이 이 노래에 좋아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자, 지금 작금의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국민들은 매주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고 있고, 야당의 정치인들은 용 쓰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면서 꿈쩍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여러모로 압박이 들어오고 있고, 빠르면 열흘에서 늦어도 보름 이내에는 탄핵안이 발의되고 가결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이미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저 하루라도 빨리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난세이다. 그리고, 흔히 난세에는 영웅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영웅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흔해빠진 스토리의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쁜 사람들을 다 때려 눕히는 사람만이 영웅일까? 난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San E가 영웅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위치에서 소신있는 행동을 보여준 모습에 젊은 세대들은 열광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왜 그럴까? 지금 이 상황에서도 정치인들을 포함한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은 대통령이 잘못됐다는 말만 열심히 하거나 아니면 촛불집회 참석과 같은 지극히 제한적인 방식으로의 표현밖에는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시국선언과 같은 나름의 적극적인 행동들도 많이 취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분명 자기모순적인 이야기지만 그 최선이 어떤 행동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김제동, 이승환 등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연예인들은 그 이전부터 다른 연예인들은 하지 못한 소신있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에게 인기 연예인이라는 인식보다 믿을 수 있는 혹은 신뢰감을 주는 연예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만약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면 곰곰히 한번 생각해보자. 아마 저의 말이 과히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건 그들은 이번에도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행동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참고 기사 이 기사에 나오는 연예인들과는 명확히 다른 케이스이다. 


사람은 원래 변덕이 심하고 간사한 동물이라는 얘기를 듣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약에 실수라도 해서 비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비난의 정도는 타 연예인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또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을 항상 대변해 주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큰 존재감이 없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현재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누르고 대선 지지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의 사회적 제스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대변해주며, 직접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리더쉽이라는 단어의 본질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