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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비평

앱솔루트 코리아 광고 논란을 바라보며

논란을 일으킨 앱솔루트 광고 포스터


페이스북 상에서 비판을 했던 앱솔루트 코리아의 포스터가 결국 논란을 야기했다. 

앱솔루트 한국 지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군중의 모습을 보드카병 모양으로 형상화한 광고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적절성 여부를 두고 댓글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이라고 보기에는 비판의 글이 훨씬 더 많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크리에이티브 자체는 훌륭하다고 보인다. 역동적인 이미지와 촛불집회의 성격, 그리고 문구까지 뭐 하나 흠잡을게 없다. 다만, 내가 아쉬워하고 비판하는 부분은 앱솔루트의 '배려'이다. (배려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앱솔루트의 다양한 캠페인 포스터


앱솔루트는 마케팅, 광고, 브랜드와 같은 키워드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형식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 왔고, 광고계에서 문화(아트)마케팅으로서의 위치가 공고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980년 부터 시작된 이와같은 형태의 마케팅은 당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 이후로도 여러가지 파격적인 시도와 형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탄과 영감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앱솔루트는 각 국가별 시리즈를 비롯한 시간, 공간, 인물 등 다양한 주제를 모티브 삼아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2년전인 2014년에 대대적으로 앱솔루트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듯 보인다. 


2014년에 진행된 앱솔루트 캠페인의 결과물


논란이 된 앱솔루트의 광고에 적혀있는 "The future is yours to create."라는 카피도 이번에 새롭게 만든 문구가 아니라 TRANSFORM TODAY 라는 앱솔루트의 글로벌 캠페인의 카피인 것 같다. 앱솔루트는 당시 캠페인의 카피와 현재의 상황 그리고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보기힘든 국민들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예전에 진행했던 캠페인에 딱 맞아 떨어지는 모습에 조금 욕심이 났던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심리에 은유가 일으키는 효과는 설득으로 이어진다. 제품의 속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비유부터 서로 무관한 것들간의 연결 속에서 발견하는 창조의 지혜는 다양한 상상의 세계를 통해 소비자의 이상과 욕구를 만족시킨다.


앱솔루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러한 메타포를 활용하여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역동성과 새로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국민들의 모습을 자신들의 브랜드에 투영시키기 위해 이 광고를 제작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광고 포스터 하나만을 바라보면 더할 나위없이 참 훌륭하다. 


그러나, 앱솔루트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클릭을 사진 출처의 페북으로 연결됩니다.


위의 사진속에서 전경들을 향해 촛불을 내밀고 있는 어린이. 아직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이의 고사리 같은 손에 들려있는 촛불의 의미를 과연 저 논란이 된 포스터에 담아냈을까? 혹자는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브런치의 한 을 보니 이번 논란에 대해 예술의 한 분야로서의 광고를 이야기 하며, 앱솔루트는 기본적으로 광고와 예술을 결합해오던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일곱차례에 걸친 대규모 촛불집회는 단순하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반발 하나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 동안의 민주주의가 무너진 모습,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만, 노력해도 잘 살기 힘든 현실, 아직 미래가 창창했던 학생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됐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원망 등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당신들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 해 가며 절박한 심정으로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생존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예술은 생존 후의 문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살기위해 몸 부림 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감히 앱솔루트는 그런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 열망, 염원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그저 "The future is yours to create."라는 문구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일개 회사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시켜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 


앱솔루트의 광고들을 보면 대부분 사물을 대상을 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광고들도 모델을 내세웠지 자신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대규모의 군중의 모습을 가지고 광고를 만든 적은 없다.(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난 그런 광고를 본 적이 없다.) 


사진 속에 찍히는 것(사물,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을 일반적으로 피사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피사체가 사람일 경우, 동의를 받지 않고 사진을 사용할 시 초상권 침해를 받은 것이 된다. 비록 광고 포스터를 보며 초상권에 대해 논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도의적으로 볼 때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단합된 퍼포먼스로 보여준 촛불집회를 그저 자신의 브랜드 홍보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 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뿐인가? 그 광고 포스터 속의 우리 국민들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에 대한 별다른 고민도, 배려도 없이 그저 사진 속에 있는 하나의 픽셀로 전락 시켜버렸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은 다양하다. 이 논란에 대해 앱솔루트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고, 이런 글을 쓰는 필자를 보며 편협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만 더,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고 그 자리에 나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촛불집회가 한 회사의 마케팅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결코 쉽게 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