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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스포츠

'오지환 고의낙구 논란'과 윤리적 관점

요즘 프로야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4위 싸움 덕분에 많은 분들이 씁쓸하면서도(요즘 4위 싸움은 정말 누가 덜 못하나를 가지고 경쟁하는듯 보인다.) 또다른 한편으론 쏠쏠한 재미를 느끼시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름 큰 떡밥 하나가 이번 추석 연휴 때 나왔다. 


논란의 내용과 결론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바로 『오지환의 고의낙구 논란』이 그것인데, 어느 팀의 팬인지 혹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많은 분들의 의견이 갈리는 듯 하다.(나는 어릴적 부터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줄곧 삼성 팬이다.) 오죽하면 이런 기사까지 나왔겠는가? 오지환 고의낙구? 팬들 '영리' vs '더티' 갑론을박  혹시라도 못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의 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그런데, 이 논란많은 플레이는 엄밀히 말해 오지환 선수를 탓할 일은 아니고 무능한 심판진을 질타해야 맞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김응용 감독이 이 사건 직후 인필드 플라이에 대해 어필을 했는데 심판 왈, 바람이 불어서 인필드 플라이 선언을 안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인지 보말인지... 쯔쯔쯔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프로야구 심판들의 현 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인플드 플라이에 대한 규정은 아래와 같으며, 왜 심판이 문제였는지 보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 포스트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l)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루, 1․ 2루, 1․ 3루 또는 1․ 2․ 3루일 때 내야수가 페어의 플라이 볼 또는 라인 드라이브를 고의로 떨어뜨렸을 경우 (타자는 아웃이다.) 이때는 볼 데드가 되어 주자는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가야 한다. 


[부기] 인필드 플라이 규칙이 적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내야수가 타구에 닿지 않은 채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을 때는 타자는 아웃이 되지 않는다. 


[주1] 이 항은 쉽게 잡을 수 있는 플라이 볼 또는 라인 드라이브를 내야수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한 손 또는 두 손으로 닿은 뒤 고의로 떨어뜨렸을 경우에 적용된다. 


[주2] 투수, 포수 및 외야수가 내야에서 수비를 하였을 경우에도 이 항의 내야수와 같이 취급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외야에 위치한 내야수는 제외된다. 


다만, 플레이 자체는 규정상 별다른 문제가 없더라도 관객들과 팬의 입장에서 볼때 사실 너무 얄미워 보이는 플레이(그냥 보기엔 비매너 플레이)를 했다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려면 인정할건 인정하고 적절한 해명이 필요해 보였는데, 오늘 양상문 감독이 오지환 선수를 쉴드 쳐주는 이런 인터뷰 기사 마저 떠버렸다. 



논란의 대상이 되어,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오지환 선수



사실 이런 기사야 말로 여론을 한층 더 악화시키는 지름길인데, LG 홍보팀에서는 몰라서 안한것인지 자신들은 떳떳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을 보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결국 이번 사건의 비판 여론은 심판진을 향해야 맞겠지만 어쩔 수 없이 고스란히 오지환 선수 혼자 감내해야 할 몫으로 보인다. 



무엇을 따라야 옳은가 - 원칙과 직관 사이


내가 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이유는 단지 이번 연휴기간에 벌어진 하나의 큰 떡밥만을 내세우기 위함은 아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대표되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바로 길 건너편에 병원이 있고, 횡단보도는 한참 걸어가야 있는 상황에서, 몹시도 생명이 위태로운 가족 한명을 등에 업은 상황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슴치 않고 무단 횡단을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무단횡단을 하다가 아무런 문제없이 그곳을 지나가던 자동차가 사고를 냈고 거기서 아까운 한 생명이 죽었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 


물론 너무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지만, 이럴 경우 무단횡단을 한 사람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가긴 하지만 무고한 한 사람의 생명이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비판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선뜻 먼 길을 돌아 횡단보도를 건너겠다고 말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 상황에 닥치게 되면 실제로 그런 행동을 보여줄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논제는 누구나 다 인정하는 원칙을 따르느냐, 아니면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는 직관을 따르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어느쪽이 맞다라고 결론내기는 힘든 문제이다. 


이것이 철학이다 라는 책을 보면 이와같이 원칙과 직관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나와있어 잠깐 소개해 보려한다. 


가장 현명한 접근방법은 양쪽의 장점만 골라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도덕적 직관으로 도덕 이론과 원칙을 제한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저 맹목적으로 본능에 따른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의 원칙이 본능(직관)보다 우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원칙이나 이론이 우리의 가장 깊은 감정이나 직관과 모순되는 행동을 지시한다면 그 원칙을 재점검 하거나 수정하거나 아예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근거가 된다. 


(중략)


우리의 직관으로 도덕률을 검증한다는 발상은 과학 이론을 실험이나 직접 관찰로 검증하는 과학적 방법론과 유사한 면이 있다. 때로는 정말 훌륭하고 널리 통용되는 실험이라고 모두가 인정하는 과학 이론도 정확할 수 없으며, 때로는 실험 결과나 관찰일지라도 훌륭한 이론이나 익히 알려진 확인과 일치하지 않아서 불완전한 것으로 폐기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할 융통성 있는 방법이 없다. 


(중략)


이른바 황금률이란, 특징이 다양한 고대 작가와 전통에서 갖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고대에서부터 존재하는 도덕 법칙이다. 황금률에서는 "남들이 당신을 대하듯이 당신도 그들을 대하라"고 한다. 어떤 직관이 법칙에 저항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겠는가? 달리 말해, 이 법칙에서 반직관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자, 황금률은 잠정적으로 모두가 선호하는 것이 같다고 전제한다. 이 전제는 어딘가 의심스럽다. 


(중략)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피하기 위해 황금률을 수정하거나 보다 정밀한 도덕률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남들이 그들 스스로를 대하듯이 그들을 대하라" 뭐 이런 식으로. 하지만 이럴 경우, 우리는 남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그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책의 문구가 약간은 따분하고, 머리 아플수도 있겠지만 결론은 맨 마지막 구절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우리는 남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그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오지환 선수의 고의낙구 사건에 빚대여 말하자면, LG 구단 혹은 LG의 팬들이 이번 사건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평소에 확실히 매너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LG가 타팀과 팬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그 동안 워낙 비매너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던 전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오지환 선수가 이번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물론, 심판의 콜이 없었으니 그래도 되긴 했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 플레이 자체는 스포츠 정신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사실이다.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려면 반드시 병살 가능성과 함께 '3루 포스 아웃'을 전제해야 한다. 그러니까 주자가 1루에만 있을 때는 인필드 플라이는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블로그 포스트를 참고 하시라. 


따라서 아래의 두 개의 동영상의 경우, 인플드 플라이가 아닌 정상적이 타구 처리이다. (아무리 그래도 참 보기 싫다.) 재미있는 사실은 맨 아래의 최주환 선수의 고의낙구 플레이에 나오는 타자가 바로 오지환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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