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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한국 드라마

내가 꼽은 명품 의드, 그리고 낭만닥터 김사부

우리나라에서 의학드라마(이하 의드)는 꽤 인기있는 드라마 장르이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을 연출해야 하는 특성상, 스릴이 넘치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명확한 고증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만큼 촬영하기가 까다로운 장르이기도 하다. 



한때 국내에서는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장르로 인식되어 우후죽숙 만들어진 시기도 있었으나,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무참히 외면받은 작품들도 꽤 되는 장르이다. 


대표적인 망작 의드 케이스로 <메디컬 탑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의드들 역시 소재가 다양화 되고는 있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의드의 탈을 쓴 다른 장르의 드라마들 일뿐이며,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장르의 드라마들 가운데 높게 평가해줄만한 작품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것 같다. (그나마 <신의 퀴즈>, <싸인> 정도가 괜찮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환자와 생명이 메인축이 되면서 수술씬을 비롯한 의료행위에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닥터스><응급남녀> 류의 병원에서 연애하는 내용이 메인이 되는 드라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굿닥터>의 경우, 일반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모습의 의드는 아니지만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섬세한 연출력, 거기에 배우들의 호연들 까지 보여준 또 다른 의미의 웰메이드 의드라고 할 수 있다. 의드 매니아로서 이런 독특한 소재의 작품들은 언제나 환영하고 싶다. 


1980년에 방영된 <소망>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의드가 우리나라에서 언제 최초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서 한번 찾아본적이 있다. 


의드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의학을 다룬 드라마도 의드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의드는 1975년에 방영된 <집념>이라는 일일드라마가 최초라고 하며 현대적인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최초의 의드는 1980년에 방영된 <소망>이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의드는 1994년에 방영된 <종합병원>이다. 나름 매주 일요일 밤에 방송 시간을 기다리며 따박따박 봤던 기억이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세세한 내용까지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때 너무 재미있게 봤던 기억에 <종합병원2>가 나온다기에 많은 기대를 했었지만, 스토리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참 맘에 들지도 않고 해서 도중에 보기를 그만 둔 몇 안되는 의드가 되었다.  



내가 명품 의드로 꼽는 드라마(국내 드라마 한정) 


1. 뉴하트


지성과 김민정, 조재현이 주연을 맡아 열연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도 전형적인 국내 의드 처럼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성장물 / 휴먼물 / 멜로물의 특성들을 잘 버물였고(코믹 요소도 한 스푼), 많은 인간군상들이 등장하는 가운데서도 각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으며, 이런저런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중심축을 단단히 잘 잡고나간 명품 의드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리얼리티 넘치고, 적나라한 수술 장면에 있다. 각종 의드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큼 수술씬이 많이 등장하는데(배경이 흉부외과) 정말 실감나는 수술 장면들을 보여줬다. 아직까지 국내 의드 가운데서 이 뉴하트 만큼의 수술씬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알아보니 촬영 시 돼지 심장을 이용했으며,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김명민의 열연이 크게 화제가 됐던 이 드라마는 사실 수술과 같은 치료행위 보다 '의사' 그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드라마이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있는 의사들 속에서 '진정한 의사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장준혁' 이라는 야망의 끝판왕 격인 인물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의드라기 보다는 정치드라마라는 비판이 간혹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 드라마를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권력에 대한 욕망, 자만심과 오만함, 그리고 권력에서 밀려난 의사들까지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 외과 과장이 되기위한 권력투쟁과 그에 따른 정치적 행위들은 그런 의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또한, 이 드라마가 의미 있는것은 뚜렷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보여줌으로 인해 그 이전까지의 없었던 국내 의드내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내며, 의사를 단순히 '봉사하는 사람'으로만 표현하던 공식을 깨트렸다는데 있다.



3. 골든타임

 

내가 꼽은 명품 의드 중의 가장 최근작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여타의 의드들과는 다른 특이한 설정을 갖고있는 드라마이다. 이성민, 송선미, 이선균, 황정음이 주연 배우로 열연을 했고 특이하게도 극중 병원의 위치가 부산이라 그런지 대화의 많은 부분이 사투리로 되어있다. 


이 의드의 가장 큰 특징은 연애하는 내용이 없으며, 디테일한 묘사가 탁월 하다는데 있다. 극중 배경인 응급의학과의 분위기와 처치 과정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마저 호평을 할 정도이다. 다만 이선균, 황정음의 직급이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모습은 리얼리티를 잘 살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드라마가 명품 의드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 보다 중요 인물들의 캐릭터만 확실히 잡은 후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의료현장과 현실, 수술실, 병원내의 분위기를 현장감있게 보여주는데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은 자칫하면 같은 패턴의 반복 때문에 단조로워 지기 쉽지만, 다양한 극중 장치들을 통해 그것을 극복해 내고 큰 인기를 얻은 의드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드라마가 끝나고 시즌2에 대한 요구와 떡밥들이 넘쳐났지만 극본을 쓴 작가가 이성민에 대해 '완장 찬 돼지' 같다며 대놓고 디스를 하는 바람에 그런 떡밥들이 쏙 들어갔다. (디스를 한 작가는 욕이란 욕은 다 먹었으며, 그 이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사과도 안했다고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


이번 달 부터 '낭만닥터 김사부'가 방송되고 있다. 

현재 6회까지 방영 되었고, 시청률도 벌써 20%에 거의 근접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스토리도 지금까지는 괜찮은것 같고, 한석규를 비롯한 서현진, 진경, 임원희, 최진호(거대병원 원장) 등 주요 배우들 역시 호연을 보여주며 방송 전 부터 기대를 해왔던 나를 기쁘게 해주고 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연석의 연기가 조금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카지노 대부이자 병원 이사장이 뜬금없는 이유(난 그렇게 느껴졌다.)로 김사부에게 수술을 맡기고 심지어 돌담병원에 큰 비용을 들여가며 지원까지 해주는 모습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아,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쉬운 마음이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우리 모두 아련히 그리워하는

사람다운, 사람스러운 것들에 대한 향수들..

이 드라마는 바로 그런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드라마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마디로 힐링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데, 미루어 짐작해보자면 각기 다른 내명의 상처를 가진 주요 인물들이 병원이라는 배경 안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인간적인 성장과 더불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는 것이 주요 스토리로 보인다. 


하지만, 기획 의도에 딱딱 맞게 제작되는 드라마가 얼마나 될까? 기획 의도를 잘 표현하며 드라마를 찍는 다는 것은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닌 이상 살인적인 촬영 일정을 자랑하는 국내 드라마 업계의 특성상 불가능이라고 까지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정말 힘든 미션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제목 앞에 명품 혹은 수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탄탄한 극본, 섬세한 연출, 훌륭한 연기 등의 세 가지 요소가 잘 어울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극본의 힘은 드라마에게 절대적인 요소이다. 


연기와 연출은 부족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커버가 가능하지만, 극본은 다르다. 초반에 잘 나가던 드라마들도 중반 이후 부터 전개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의드는 매회에도 수 차례 나오는 그 특유의 긴박감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각 환자 혹은 사건별 에피소드들을 풀어가야 하며 그 와중에 큰 스토리 줄기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대본을 쓰기 쉬운 장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낭만닥터 김사부'는 나름 잘 끌고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끝까지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네 번째 명품 의드로 꼽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덧1.

위에 나와있는 드라마들 외에도 <브레인>, <외과의사 봉달희> 등을 재밌게 시청했으나 명품 의드에 들어가기는 조금 부족해보인다. <허준>도 위에서 말한 의드의 범주에는 분명히 들어가지만 개인적으로 소설 동의보감을 무척이나 인상깊게 읽었을 뿐, 드라마를 시청하지는 못했다. 


덧2.

조기종영 당하며 망작 취급을 받는 <뷰티풀마인드>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아쉬운 드라마이다. 1회~4회 까지는 무척이나 신선한 소재와 내용, 그리고 편집이 돋보인 드라마였는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루즈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작가 내공 부족이 가장 큰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