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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영화

타짜2 (타짜 - 신의손)는 분명 볼만한 영화. 그런데...

타짜 시리즈


허영만 화백의 '타짜 시리즈'는 재미있고, 매력있는 컨텐츠이다. 


영화 타짜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아니... 그 이전에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 시리즈'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었다. 이때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군에 있을 때, 말년휴가를 나와 잠시 시간 때우러 만화방에 갔었는데 타짜 첫 권을 잡는 순간 빠져들면서 친구하고의 약속도 펑크내고 그 자리에 앉아 나절 동안 정신없이 2부까지 다 읽었을 만큼 매력적이였다. 


이후, 영화 타짜가 큰 흥행기록을 남기자 드라마로도 제작 되었을만큼(개인적으로 시청하지는 않았다.) 흥행이 보장되는 컨텐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드라마 '타짜'가 에덴의 동쪽과 바람의 화원에 밀려 존재감이 없던건 함정.)



2006년에 개봉되어 684만명의 관객 스코어를 기록한 타짜



2008년 방영되어 평균시청률 14~15%를 기록한 드라마 타짜


강형철 감독


사실, 이번 타짜2가 나오기 전까지는 크랭크인 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타짜2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이 '어떤 스타일의 영화가 나올까?' 였다. [야구는 투수하기 나름. 영화는 감독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점에 비추어 볼 때, 영화의 감독을 보면 대략적으로 어떤 영화일지 추측이 가능하게 되지만, 타짜2의 감독인 강형철 감독은 사실 내가 잘 모르는 감독이다. 


영화를 보기전 필로그래피를 살펴보니 상업영화의 첫 입봉작이 '과속스캔들' 이였고, 그 다음 제대로 된 영화가 '써니' 였다. (중간에 실험적인 영화 두 편을 찍었다.) 과속스캔들이야 보긴 봤지만, 아무래도 첫 영화였고 다루는 주제는 가볍지 않았지만 풀어가는 스타일은 영화의 흥행을 염두에 두다보니 가볍게 다뤄진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내 기준에서 믿고 보는 감독의 반열에 오르기는 좀 부족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써니'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극장에서 개봉할 때는 좀 정신없는 시기여서 타이밍을 놓쳤고 그 이후에도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아직까지 못 보고 있다. 하지만, 분명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기 때문에 나름의 뚜렷한 스타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짜2 (타짜 - 신의 손)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람평


추석 연휴의 영화대전에서 앞서가고 있는 타짜2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분명 나름 재미있고 볼만한 괜찮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나 처럼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매니아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으로 다가온 스토리 스포일러이다. (처음 타짜를 읽은 이후 몇번이나 다시 봤었고, 가장 최근에 타짜 2부를 본 것은 올해 초 였다. ㅠㅠ)


타짜 1의 경우, 원작과 비교해 보면 큰 줄거리의 맥락은 살리되 많은 부분에서 재가공된 모습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타짜 2의 경우는 정확히 그 대척점에 있는 영화이다. 그 부분은 강형철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타짜 - 신의 손' 캐릭터 관계도



다시 말해, 타짜1과 같이 스토리의 맥락만을 살린 것이 아니라 스토리 자체가 거의 원작과 유사하게 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긴장감을 유지 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문제였다. 특히 긴장감이 고조되어야 할 마지막 게임(아귀's House) 역시 모든 스토리가 내 머리속에 있는 내용과 거의 일치 했기에 사실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 다한거나 진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짜2는 매력적이다. 타짜1은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켜가며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그것을 한번에 터트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타짜2는 에피소드들의 긴장과 이완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형식을 취하는 영화이다. 그것도 어색하지 않으며 리듬감 있는 감각적 편집을 통해 생기를 불어넣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전작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만큼은 분명했다. 그 이유는 감독의 스타일, 시나리오, 캐릭터의 특징 등 여러가지로 꼽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주연 배우들의 장악력이 아쉽다는 생각이다. 


영화 개봉 전, 주연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사실 이 영화에서의 탑과 신세경은 최소한 영화에 민폐를 끼치는 정도는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나름 괜찮은 모습들을 보여줬고, 그 나이대에 결코 쉽지 않은 내면 연기 또한 무난했지만 아직까지는 전체적인 내공이 부족한 듯 느껴진다. 


영화의 두 주연


탑은 천진난만한 초반의 모습부터 우수에 찬 눈빛을 보여주는 중반부, 비장미 넘치는 모습을 표현한 후반부까지 큰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아직은 영화 전체를 쥐고 뒤흔들만한 내공과 카리스마를 겸비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신세경은 특유의 시크한 태도의 연기가 빛이 났고, 역 소화도 무난히 해내지만 딱 거기까지! 원작에서의 '허미나'(극중 신세경의 이름)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비록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발을 들여놓게 된 도박판이고,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지만 그 와중에서 여러 고난들을 자신의 능력으로 적절히 헤쳐나가며 대길이(극중 탑의 이름)와의 사연많은 러브스토리를 완성시켜 나가는 다양한 캐릭터 보여주며 다가왔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영화의 런닝타임 때문에 신세경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러브스토리가 대폭 줄어들고, 간략히 설명되면서 넘어가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의 구조상 신세경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비춰지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는 말이된다.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게 바로 연기 내공의 힘인데(전작의 김혜수 처럼), 아직까지는 그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말 고광렬 역에 유해진이 아닌 다른 사람은 상상이 안된다



새삼스레 곽도원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연기는 역시 굿! 하지만, 원작에서의 조금 더 악랄한 모습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개인적으로 이하늬의 재발견이란 평가를 내리고 싶게만든 우사장



그러나, 이 영화를 살린 것은 두 주연배우의 아쉬운 무게감에 힘을 실어준 조연 배우들이다. 원작에는 없는 고광렬역의 유해진과 영화의 악의 축으로 나온 곽도원, 전작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재현한 아귀 김윤석, 지금까지 본 모습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은 이하늬 등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였다. 


서실장 역의 오정세와 작은 마담 역의 박효주도 캐릭터를 확실히 살려내며, 양념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 두 사람의 캐릭터와는 별도로 원작의 더 풍부한 에피소드를 좀 더 활용했다면 보다 재밌는 장면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했다. 


어쨌건, 다시 말하지만 타짜2는 분명 매력적인 영화다. 단, 원작을 보지 않았거나 봤더라도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훨씬 더 만족감이 높았겠지만, 그 부분이야 저 혹은 만화 타짜 매니아들의 개별적인 아쉬움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타짜2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스피디하고, 감각적이며, 약간의 코미디적 요소를 양념으로 잘 버무려 놓은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고로 추석 연휴에 친구 또는 연인과 보기에 손색이 없는 훌륭한 오락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타짜2에 대한 아쉬움과 흥행 예상


영화계에는 [전작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라는 격언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격언이지만 적어도 타짜2에서 만큼은 그다지 틀려보이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 한 영화의 무게감(묵직함)에서도 그렇고, 주연 배우의 존재감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과 비교해보면 조승우와 김혜수라는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스레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 심지어 유심히 영화를 보다보면 스토리 전개 상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 마저도 눈에 띠게 된다.  


또, 영화를 보며 약간 뮤직비디오 느낌이 난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 몇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그런 방식의 장면 삽입은 강형철 감독만의 특징이였다. 영화를 보고 다른 분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써니'에서 역시 이런 기법들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었고,  타짜2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연출 기법의 호불호가 제법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써니를 보지 않았기에 그 영화에서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타짜2에서는 감각적이다 라는 느낌을 주기는 하는데 그에 따른 반대 급부로 가볍다 라는 느낌을 배가 시키는 요소가 되버린 느낌이다. 이런 부분은 아마 흥행에 있어서도 마이너스 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흥행스코어는 정말 잘되면 전작과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물론 전작의 684만 이라는 최종관객수가 결코 적은 관객수는 아니지만, 2006년 보다 멀티플랙스 영화관 수 같은 외부적인 흥행요인을 고려해 볼 때, 비슷한 관객수를 기록한다면 아무래도 흥행면에서 뒤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의 경쟁작이 사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강동원과 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영화 특성상 경쟁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어보이고, 최민식과 스칼렛 요한슨의 '루시'와 얼마전 내한한 메간 폭스의 '닌자터틀'이 있긴 하지만 후기들을 살펴보니 타짜2에 견주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어쩌면 '명량' 처럼 의외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명량도 그렇게 큰 흥행을 기록할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


벌써부터 타짜3의 영화화에 대한 후속작 논의 루머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아직은 루머 단계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원작의 3부가 아닌 원작의 4부를 영상화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타짜 시리즈의 스토리들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모두 큰 차이가 없다.(도박으로 인해 인생의 끝자락까지 떨어지고, 그 이후 우여곡절 끝에 업그레이된 실력을 갖춘 후 복수 완성) 그러나 영상화 시키는데 좋은 스토리는 분명 따로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타짜 3부 - 원아이드 잭'도 분명 재밌기는 한데, 그 내용 자체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마 각색이 많이 필요할 듯 싶다. 그러다보면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3부 보다는 4부의 영상화에 한표 던지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타짜 4부 - 벨제붑의 노래' 같은 경우에는 내용과 스토리도 재밌거니와 영상화 하더라도 아마 별 무리 없이, 큰 줄거리를 살리면서도 원작의 매력을 살리기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여기까지 읽어오며 묘한 이질감을 느끼신 분이 있다면 잘 짚어냈다고 전하고 싶다. 위에서 계속 후속작이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영화화'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영상화'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 개인적으로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는건 영화가 아닌 드라마이다. 


2008년에 방송된 드라마 타짜의 경우, 원작의 1부와 2부의 내용이 섞이면서, 큰 줄기가 산으로 가버렸다는 내용을 어디에선가 봤었다. 뭐 결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조금 무리수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타짜 4부 - 벨제붑의 노래'의 경우 스토리 자체가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더 맞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용 자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극히 좋아할만한 내용이다. 더 이상 자세히 이야기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왠지 '타짜 후속 드라마'가 아닌 '제 2의 올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 2의 올인이라는 드라마는 꽤 있었지만, 모두 비교가 안됐음)



덧.

이번 영화에 대한 기사를 보며, 출연배우 누군가가 '허영만 화백님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라고 인터뷰한 기사를 봤다. 허영만 화백이 대단하신 분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최소한 타짜에서 만큼은 맞지 않는 말이다. 원작 만화 '타짜시리즈'는 허영만 화백이 그림만 담당했을 뿐, 스토리와 콘티는 '김세영' 이라는 스토리 작가분이 담당을 했다.